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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뜨지 못했던 세 자매, 서로를 살린 성장기 어느 해 추석 전날시골 집 오래된 창고 건물 안 천정 한쪽 구석에서 며칠 째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갈수록 커지는 그들의 데시벨 높은 SOS가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비도 오지 않던 날이었지만, 그 소리는 젖은 것처럼 문풍지 바람에 흐느끼듯 떨리고 있었습니다. 가서 보니 어미는 낳기만 해놓고 나타나지도 않고 어디론가 떠나버렸고, 세 마리의 새끼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상태에서 세상의 모든 위험 앞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하루만 지나도 그들 생명은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이것저것 고민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유기견 또랑이도 그랬는데 왜 제게는 이런 장면만 눈에 들어오는지. 그것도 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도 뜨지 못한 .. 2025. 12. 6.
4화. 네 번의 수술, 다시 서다 지난 이야기 (3화) : 따라오던 작은 발자국죽음과 싸우고 있는 그를 정말 극적으로 도랑에서 구조하여 사택으로 데리고 와 서울에 있는 아내에게 SOS를 보냅니다. 다음날은 정말 눈이 많이 왔습니다. 아내는 미미와 초코를 데리고 눈길을 헤치며 내려옵니다. 처음 만난 또 낯선 사람. 그리고 친구들 둘. 자신의 모습과 또 다른 미미와 초코를 바라보는 또랑이는 아직 경계를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합니다. 아내는 그를 데리고 시골 병원을 갑니다. 부담가는 치료비, 처음 만난 사고로 다친 낯선 아이. 여러 생각이 올라왔지만 무엇보다 우선 살리기로 하고 급히 첫번 째 수술을 마칩니다. 그리고는 그를 데리고 서울로 향합니다. 🔙 3화로 가기 ◀ 따라오던 작은 발자국서울.. 2025. 12. 6.
고양이가 보는 세계 :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차원 새벽 3시, 우리 집 제일 큰 녀석 별이가 텅 빈 천정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천정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녀석의 동공은 최대로 확장되어 있고, 귀는 내가 들을 수 없는 주파수를 향해 레이더처럼 회전하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그것'을 따라가는 시선. 나는 불안했지만 녀석은 차분했습니다. 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뭘 본 거지? 귀신인가? 아니면 내 눈엔 안보이는 외계 생명체인가? 그런 생각이 올라와 좀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섯 마리의 유기묘를 키우면서 깨달은 게 있다. 우리가 보는 세상과 고양이가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 인간은 가시광선(Visible Ray, 빨주노초파남보) 380~700nm만 본다고 한다. 그런데 고양이는 자외선(.. 2025. 12. 6.
고양이 다섯 자매와 사는 삶이 내게 가르쳐준 일상 철학 고양이를 다섯이나 키운다는 말은 늘 같은 반응을 끌어낸다.“힘들지 않아요?”하지만 정작 내게는 그 질문이 늘 조금 낯설다.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내 일상을 힘들게 만들기보다 규칙을 만들고, 감정을 다듬고, 하루의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우리는 흔히 고양이를 ‘고독한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섯 마리와 함께 살다 보면 그 말은 절반만 맞다. 고양이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사람의 에너지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읽어내는 존재다. 내가 마음이 조금 뒤틀린 날엔 별이와 솔이가 침대 모서리에 앉아 묵묵히 내 쪽을 바라본다. 솔이는 아예 누워있는 내 배 위로 올라온다. 그 행동이야말로 나를 붙잡아주는 조용한 대화다.1. 각자의 성격은 하나의 작은 우주다.다묘가정의 가장 큰 매력은 고양이는 하나하.. 2025. 12. 5.
3화 : 따라오던 작은 발자국 지난 이야기(2화) : 사택의 따뜻하고 평온한 밤사고가 나 뒷다리가 골절된 상태에서 죽음만 기다리던 연약한 생명. 그를 정말 우연히 극적으로 건져내 사택으로 데려와 첫날 밤을 보냅니다. 그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배고픔의 욕구가 해결되자 거리의 고단함이 눈녹듯 사라지는 듯 보였고, 아직은 어색한, 낯선 보호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합니다. 그 잠은 거리의 고통스런 기억과 말할 수 없는 통증을 잠시 잊게 하는 달콤한 휴식이 되었고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정말 오랜만의 깊은 잠이었습니다. 🔙 2화로 가기 ◀ 사택의 따뜻하고 평온한 밤밤새 눈이 내렸다.사택 앞마당은 하얗게 묻혀 있었다.창문 너머의 세상은 고요했고,그 안엔 냉기와 침묵이 뒤섞여 있었다.도랑 풀숲, 그 자리.어제 밤, 그 아이를 데려오.. 2025. 12. 5.
2화. 사택의 따뜻하고 평온한 밤 지난이야기(1화) : 겨울, 도랑에서 만난 아이지방 근무할 때 시골교회 앞 도랑에서 만난 사고 유기견 말티즈 ‘또랑이’. 사고로 뒷다리 둘 다 골절되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랑 마른 풀숲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그 아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운명처럼 저를 만납니다. 그런데 사실은 제가 그를 구조한 것이 아니라 그가 저를 기다렸고 부른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를 차에 싣고 우선 허기부터 채울 사료를 구하려 시내를 돌아다녔으나 저녁 늦은 시간이라 얻지 못하고 그냥 사택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 1화로 가기 ◀ 겨울, 도랑에서 만난 아이문을 닫자조용한 방 안에 겨울의 냉기와 히터의 따뜻함이 천천히 섞였다.박스 안에는 작은 이불 한 장.그리고 그 위에 아직 생의 무게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몸이 놓.. 2025.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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