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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스토리

300km, 7개월의 귀환 - 진돗개 백구가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

by 캣츠닥스 2025.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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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0월, 어느 한밤중

전남 진도군 의신면 돈지리.
박복단 할머니(당시 83세)는 잠결에 문 앞에서 들려오는 낮은 신음소리에 눈을 떴다. 한밤중에 이 외딴 마을까지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혹시 도둑? 아니면 짐승?
마당으로 나간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백구였다.
아니, 백구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무언가가 그곳에 있었다.
7개월 전 대전으로 팔려갔던 그 하얀 진돗개. 당당했던 몸집은 온데간데없이, 이제 뼈와 가죽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발바닥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몸 곳곳엔 긁힌 자국과 상처가 가득했다.
백구는 할머니를 보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꼬리를 한 번 흔들려다 힘이 빠져 그냥 쓰러졌다.
“백구야… 니가… 정말 니가 맞나?”
할머니의 손이 떨렸다. 7개월. 300km가 넘는 거리.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도로를 따라, 이 개는 어떻게 이곳을 찾아왔을까?

돌아온 백구

그날, 백구는 왜 팔려갔는가


1988년 진도에서 태어난 백구는 박복단 할머니의 손자, 손녀와 함께 자랐다. 마당에서 뛰놀고, 밥을 나눠 먹고, 겨울밤이면 할머니 방문 앞에서 잠들었다.
하지만 백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1993년, 다섯 살이 된 백구는 진도군이 실시하는 ‘진도개 순종 심사’를 받아야 했다. 진도에서 태어난 모든 개는 이 심사를 통과해야만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도개’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심사 기준은 ‘민첩한 외모’, ‘알맞은 조화’ 같은 추상적인 문구들이었다. 쉽게 말하면, 사람 눈에 예쁘게 보여야 했다.
백구는 떨어졌다.
같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형제들은 통과했지만, 유독 백구만 탈락했다. 이유는? 털색이 조금 이상했다. 귀 모양이 표준과 달랐다.
그게 전부였다.
‘도태견’ 판정을 받은 백구는 진도 밖으로 내보내지거나 중성화를 해야 했다. 가난했던 할머니는 고민 끝에 백구를 팔기로 결정했다.
대전의 어느 업자가 백구를 데려갔다.
그곳은 애견가의 집이 아니었다.
식용견 농장이었다.

돌아온 백구 기념비 : 출처 ‘나무위키’

300km, 누구도 믿지 않았던 귀환


백구가 대전에서 탈출한 것은 팔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목에 묶인 줄을 끊고, 철망을 뚫고, 백구는 도망쳤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백구는 차에 실려 대전으로 갔다. 창밖을 볼 수도 없었고, 어떤 길로 왔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백구는 태어나서 한 번도 진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집을 찾아왔을까?
과학자들은 여전히 정확한 답을 모른다. 일부는 ‘지구 자기장 감지’를 이야기하고, 일부는 ‘냄새 표시’를 근거로 든다. 2006년 경희대 연구팀은 진돗개가 다른 품종보다 훨씬 자주 오줌과 배변으로 영역을 표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백구는 7개월 동안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잤으며, 얼마나 많은 위험을 피해왔을까?
도로를 건널 때마다 차에 치일 뻔했을 것이고, 배고플 때마다 쓰레기통을 뒤졌을 것이고, 추운 겨울밤엔 어디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떨었을 것이다.
그래도 백구는 멈추지 않았다.
남쪽으로, 계속 남쪽으로.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300km를 걸어 할머니 있는 집으로 - 출처 : 나무위키

스타가 된 백구, 그리고 숨겨진 진실


1994년 1월, 광주일보가 백구의 이야기를 보도하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300km를 달려 주인을 찾아온 충견!”
언론은 열광했다. CF가 만들어지고, 애니메이션 ‘하얀마음 백구’(2000년)가 방영됐다. 백구는 한국판 하치코가 됐다.
그런데 언론이 빠뜨린 진실이 있었다.
백구는 애견가에게 팔린 게 아니었다. 백구는 식용견으로 팔렸다. 백구는 ‘진도개’가 아니라 ‘잡종’이었다.
할머니는 이 사실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백구의 이야기에 먹칠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백구가 번 CF 모델료는 할머니의 며느리 병원비로 쓰였다. 대전의 업자는 나중에 찾아와 밭을 주겠다며 백구를 다시 데려가려 했지만, 할머니는 거절했다. 대신 백구가 낳은 강아지 한 마리를 주었다고 한다.

2002년, 백구의 마지막


백구는 2002년 2월, 할머니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14년의 견생(犬生). 그중 7개월은 지옥 같은 여정이었지만, 나머지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보낸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진도군은 백구를 기리는 조형물을 세웠다. 높이 2.1m, 너비 1.5m. 할머니가 백구를 어루만지는 형상이다.
매년 11월이면 돈지마을에서는 백구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천연기념물이 아니었던 개. 식용으로 팔렸던 개. 그저 할머니를 사랑했던, 평범한 한 마리 개.
그 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출처 : 나무위키

백구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


2010년 12월, 박복단 할머니가 94세로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백구보다 8년을 더 살았다. 백구 없는 8년. 어땠을까?
백구의 묘는 지금 ‘백구광장’ 안에 있다. 조형물 옆, 잔디밭 한쪽에 정갈하게 조성된 작은 무덤.
그곳 지석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도개의 충성심과 귀소본능을 보여준 충견.”
하지만 백구는 천연기념물이 아니었다.
그저,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이다.
배고프고, 아프고, 무서워도. 300km가 멀어도. 7개월이 걸려도.
백구는 집으로 갔다.
그가 사랑하는 이가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집이라는 것을.
백구는 온 몸으로 증명했다.




본 사례는 실화에 기반하되, 일부 세부 정보는 출처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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