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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스토리

눈도 뜨지 못했던 세 자매, 서로를 살린 성장기

by 캣츠닥스 2025.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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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추석 전날
시골 집 오래된 창고 건물 안 천정 한쪽 구석에서 며칠 째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갈수록 커지는 그들의 데시벨 높은 SOS가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비도 오지 않던 날이었지만, 그 소리는 젖은 것처럼 문풍지 바람에 흐느끼듯 떨리고 있었습니다. 가서 보니 어미는 낳기만 해놓고 나타나지도 않고 어디론가 떠나버렸고, 세 마리의 새끼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상태에서 세상의 모든 위험 앞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하루만 지나도 그들 생명은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이것저것 고민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유기견 또랑이도 그랬는데 왜 제게는 이런 장면만 눈에 들어오는지. 그것도 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도 뜨지 못한 생명은 온몸으로만 이 세계를 느낀다.
찬 흙의 감촉, 바람의 냄새, 서로에게 닿는 체온. 그 작은 세 마리가 가진 것은 오직 서로뿐이었다.

아내가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세 마리는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엉켜 있었다.
서로의 체온으로 버티며 살아 있으려고, 포기하지 않으려고 아주 작은 숨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죽음과 삶 사이의 경계는 이렇게도 좁구나”
라고 생각했다.



급한대로 우유를 젖병에 담아 돌아가면서 물리고 이제 세 생명을 안고 서울로 올라오던 길.

아내는 아이들을 그 자리에서 두고 올 수 없었다.
가만히 손을 내밀자, 가장 약한 까미가 미세한 울음을 냈다. 그 울음은 ‘데려가 주세요’라는 말 같았다.

차 안에서 세 마리는 한쪽 구석에 모여 있었다.
엔진 소리에 묻혀도 들릴까 말까 한 울음. 가끔은 울음 대신 ‘숨 들이마시는 소리’만 들렸다.
삶을 붙들어 매달리는 소리.

집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작은 박스를 준비해 부드러운 이불을 깔아주는 일이었다.
그 안에 아이들을 눕히자
서로에게 달라붙어 체온을 나누었다.

어른 고양이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어떤 본능이었을까? 아니면 태어난 직후부터 이어진
“혼자가 아니어야 산다”
라는 작은 생명의 지혜였을까?

별이


세 자매는 서로를 살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며칠 동안은 살얼음판 같았다.
먹는 것도 서툴러 서로 젖병을 차지하려고 했고, 체력은 약한데다, 조금만 힘이 빠져도 입을 벌려 숨을 헐떡였다. 까미는 숨쉬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그에겐 죽음이 금방 찾아와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놀라운 장면이 있었다.
하나가 기운을 잃어 축 늘어지면 남은 둘이 그 아이의 몸에 얼굴을 비볐다. 작은 머리로 밀고, 핥고, 울고…
사람으로 치면,
“일어나. 아직 시간이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행동.

그 시기에 별이, 솔이, 까미의 성격은 이미 조금씩 나뉘고 있었다.

◈ 별이는 가장 먼저 깨어 있는 아이였다. 주변 소리를 누구보다 잘 듣고, 위협을 재빨리 감지했다.
◈ 솔이는 먹는 것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먼저 먹어야 살아남는다는 본능이 강했다.
◈ 까미는 두 아이가 싸우지 않도록 조용히 사이에 눕곤 했다. 아마도 스스로 힘이 부쳐서 그랬을 것이다.

녀석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균형자의 기질이 있었다.

이 성격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어릴 때 살기 위해 익힌 본능은 성격으로 남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솔이


시간은 세 자매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눈을 뜨고, 걷기 시작하고, 몸집이 조금씩 커져 갈 때마다
세 아이는 서로를 놓지 않았다.

경쟁자는 아니었다.
서로의 울음으로 하루를 깨우고 서로의 체온으로 밤을 지키고 서로의 기운이 떨어지면 가만히 옆에 눕는 존재. 다 커버린 지금도 그렇다.

한 번은 가장 약했던 까미가
며칠 동안 기운이 없어 잘 움직이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때 별이와 솔이는 그 아이의 옆에서 거의 떠나지 않았다. 밥도 함께 먹고, 잠도 함께 자고.

사람이 생각하는 사랑보다 더 깊고 더 조용한 방식이었다.

까미는 살지 못할 아이처럼 정말 유독 약했다.

parkeq77 | 인포크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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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별이, 솔이, 까미는 그때의 기억으로 살아간다

지금은 세 아이 모두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졌다.
별이는 관찰자, 솔이는 사교가, 까미는 균형자. 뭐 꼭 별칭을 붙인다면. 하지만 이 세 가지 성격은 어릴 때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맡겨진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아이들에게는 다른 고양이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유대’가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조용하다.
서로에게 억지로 다가가지 않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곁을 내준다. 가족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나는 가끔
시골 창고 안 천정을 떠올린다. 비켜갈 수도 있었던 생명들, 조용히 사라졌을지도 모를 작은 숨들.

하지만 지금,
우리 집 한가운데에서 느릿하게 기지개를 켜는 세 자매를 보면 삶이란 얼마나 강하고 한편 또 얼마나 연약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또 알 수 없는 운명의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골 도랑에서 건져올린 ‘또랑이’처럼.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고,
자라난 것은 사랑의 증거다. 그들은 서로를 살렸고,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블로거의 생각 조각
우리가 이 아이들을 살렸다고 믿었지만, 돌아보면 이 아이들이 먼저 우리의 마음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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