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날씬한 몸매인데도 배만 축 늘어져 있는 모습. 마치 작은 주머니가 달린 것처럼 보이는 이 부분, 혹시 살이 찐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데, 사실 이것은 고양이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신체 구조다.

원시주머니(Primordial Pouch)라 부른다
고양이 배 아래쪽에 축 늘어진 이 부분의 정식 명칭은 ’원시주머니(Primordial Pouch)’다. 배꼽 뒤쪽부터 뒷다리 사이까지 이어지는 이 피부 주름은 살이 찐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신체 구조다. 모든 고양이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는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 이 주머니가 점점 뚜렷해진다.
특히 이집션 마우, 벵골, 픽시밥 같은 품종은 원시주머니가 더 크고 두드러지게 발달한다. 심지어 사자, 호랑이, 표범 같은 대형 고양이과 동물들도 이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지방 축적이 아니라 고양이과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남은 특별한 구조물이다.
생존을 위한 진화의 흔적
그렇다면 왜 이런 주머니가 생긴 걸까?
가장 유력한 이유는 ‘유연성 확보’다. 고양이는 사냥할 때, 도망칠 때, 싸울 때 몸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이때 배 부분에 여유 피부가 있으면 뒷다리를 최대한 뻗을 수 있고, 몸을 크게 비틀 수 있다. 마치 신축성 있는 옷을 입은 것처럼 움직임에 제약이 없어진다.
두 번째 이유는 ‘내장 보호’다.
야생에서 고양이들은 종종 다른 동물과 싸운다. 특히 배를 공격당하면 치명적인데, 이 늘어진 피부 주머니가 있으면 발톱이나 이빨로부터 내장을 한 겹 더 보호할 수 있다. 실제로 고양이들이 싸울 때 뒷발로 상대방의 배를 할퀴는 ‘토끼 킥’을 사용하는데, 이때 원시주머니가 방패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에너지 저장’이다.
야생 고양이들은 언제 다음 먹이를 잡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한 번 사냥에 성공하면 최대한 많이 먹어두는데, 이때 늘어난 배를 수용할 공간이 필요하다. 원시주머니는 위가 팽창했을 때 불편함 없이 받아줄 수 있는 완충 공간 역할을 한다.

비만과 구별하는 방법
하지만 모든 늘어진 배가 원시주머니는 아니다. 실제로 비만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원시주머니는 뒷다리 사이에만 축 늘어져 있고, 만졌을 때 피부가 부드럽고 흔들거린다. 반면 비만으로 인한 배는 옆구리까지 전체적으로 불룩하고, 만졌을 때 단단한 지방이 느껴진다.
또한 원시주머니가 있는 고양이도 위에서 봤을 때는 허리선이 보인다. 만약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허리 굴곡이 전혀 없고 전체적으로 통처럼 둥글다면, 이것은 과체중을 의심해봐야 한다. 갈비뼈를 만져봤을 때 적당한 압력으로 뼈가 느껴져야 정상 체중이다.
자연스러운 신체 일부
결국 고양이 배의 늘어진 주머니는 살이 찐 것이 아니라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몸의 일부다. 집고양이가 되면서 사냥할 일도, 싸울 일도 없어졌지만 이 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고양이가 걸을 때마다 배가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귀엽게 보인다면, 그것은 수천 년 진화의 흔적을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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