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9년, 중국 양쯔강에 갇힌 영국 군함
1949년 4월 20일 새벽, 중국 양쯔강.
영국 해군 소형 호위함 HMS Amethyst호가 난징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임무는 단순했습니다. 난징 주재 영국 대사관 경비 교대를 위한 정례 항해였죠.
하지만 그날 새벽, 양쯔강 북쪽 강변에서 갑자기 포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포탄이 군함을 향해 날아들었고, 첫 포탄이 함교를 직격했습니다. 함장이 즉사했고, 17명의 선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함선은 제어 불능 상태로 모래톱에 좌초했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작은 검은 점이 있는 흰 고양이 한 마리가 포탄 파편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이름은 사이먼(Simon).
이 고양이는 앞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전쟁 영웅이 될 운명이었습니다.
길고양이에서 해군 선원이 되기까지
사이먼의 이야기는 1948년 홍콩 부두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17세의 영국 해군 수병 조지 히키(George Hickinbottom)가 부두를 걷다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깡마른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겨우 1살쯤 되어 보이는, 검은 점이 있는 흰 고양이였죠.
히키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HMS Amethyst호로 몰래 데려갔습니다. 당시 해군 규정상 애완동물 반입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선원들 사이에서는 쥐잡이 고양이를 태우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습니다.
함장 이언 그리피스(Ian Griffiths) 중령은 이 작은 밀항자를 발견했지만, 놀랍게도 공식 승무원으로 인정해주었습니다.
“Able Seacat Simon”
수병 고양이 사이먼이라는 공식 직함이 부여되었고, 사이먼은 HMS Amethyst호의 정식 선원이 되었습니다.
사이먼의 임무는 분명했습니다. 함선 내부의 쥐를 잡아 식량과 전선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사이먼은 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선원들은 사이먼을 사랑했고, 사이먼도 선원들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모두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특히 선장실을 자주 방문했는데, 그리피스 함장의 모자 안에서 낮잠을 자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1949년 4월 20일 새벽까지였습니다.

포탄이 쏟아진 그날, 사이먼도 쓰러졌다
새벽의 포격은 갑작스러웠습니다.
첫 번째 포탄이 함교를 강타했고, 함장이 즉사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포탄이 연이어 날아들었고, 함선 곳곳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사이먼은 선장실 근처에 있었습니다. 포탄 파편이 사이먼의 다리와 등, 얼굴을 관통했습니다. 작은 몸에 여러 개의 파편이 박혔고, 털이 불에 타버렸습니다.
선원들이 사이먼을 발견했을 때,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혼란 속에서도, 선원들은 사이먼을 응급처치했습니다. 하지만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습니다.
함선은 모래톱에 좌초되었고, 중국 인민해방군의 포위 속에 갇혔습니다. 탈출도 불가능했고, 구조도 올 수 없었습니다. 식량과 의약품은 바닥나기 시작했고, 부상자들은 신음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사이먼이 눈을 떴습니다.
101일의 포위, 그리고 영웅의 탄생
좌초된 HMS Amethyst호는 중국군의 포위 속에서 101일을 버텨야 했습니다.
식량은 배급제로 전환되었고, 부상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선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습니다. 많은 선원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 어두운 시간 속에서, 사이먼이 다시 임무를 시작했습니다.
부상이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사이먼은 다시 쥐를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이먼의 존재 자체가 선원들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포탄을 맞고도 살아난 고양이, 부상당하고도 임무를 수행하는 작은 전사. 사이먼은 선원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선원들은 교대로 사이먼을 돌보았고, 귀한 식량을 나눠주었습니다. 사이먼은 침상에 누워있는 부상자들을 찾아가 함께 누워주었고, 선원들은 사이먼의 가르랑거리는 소리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특히 전설이 된 일화가 있습니다.
함선에 “Mao Tse-tung”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대한 쥐가 나타났습니다. 이 쥐는 귀중한 식량을 훔쳐먹고, 전선을 갉아먹으며 선원들을 괴롭혔습니다. 함정을 놓아도 잡히지 않았죠.
그런데 사이먼이 이 거대한 쥐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선원들은 환호했고, 사이먼은 공식적으로 “Able Seacat”에서 “Able Seaman”으로 승진했습니다. 고양이 수병에서 정식 수병으로 승진한 것이죠.

1949년 7월 31일, 기적의 탈출
101일간의 포위 끝에, HMS Amethyst호는 극적인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1949년 7월 31일 밤, 어둠을 틈타 모래톱에서 빠져나온 함선은 중국군의 포격을 뚫고 양쯔강을 빠져나갔습니다. 함선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마침내 상하이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11월, HMS Amethyst호는 마침내 영국 본토 플리머스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부두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있었습니다. 언론, 가족들, 그리고 이 기적의 생존 이야기를 들은 시민들이 영웅들을 맞이하기 위해 모여들었죠.
그리고 그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한 영웅은 다름 아닌 사이먼이었습니다.
“Where is Simon?”
“사이먼은 어디 있나요?”
부상당한 고양이, 쥐를 잡은 고양이, 선원들에게 희망을 준 고양이. 사이먼의 이야기는 이미 신문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있었습니다.
사이먼은 갑판에 모습을 드러냈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습니다. 다음 날 신문 1면에는 사이먼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역사상 유일한 고양이, 군 최고 훈장을 받다
1949년 8월, 영국 정부는 사이먼에게 특별한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Dickin Medal (디킨 메달)
PDSA(People’s Dispensary for Sick Animals)가 수여하는 이 메달은 ‘동물계의 빅토리아 십자훈장’이라 불립니다. 전쟁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동물에게 수여되는 최고의 영예죠.
사이먼은 역사상 이 메달을 받은 유일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훈장 수여식은 성대하게 치러졌고, 사이먼은 영국 전역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팬레터가 쏟아졌고, 선물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어린이들이 보낸 그림, 어른들이 보낸 간식, 심지어 다른 고양이들의 구혼 편지까지 도착했습니다.
사이먼의 공식 훈장 수여 사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949년 양쯔강 사건 동안 HMS Amethyst호에서 복무하며, 적의 포격으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쥐 박멸 임무를 수행했으며, 승무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함.”
사이먼은 이제 전쟁 영웅이었습니다. 정식 군인 대우를 받았고, 공식 초상화가 그려졌으며, 해군 기록에 영구히 이름이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49년 11월 28일, 영웅의 죽음
플리머스 항구에 도착한 지 며칠 후, 사이먼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양쯔강에서 입은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포탄 파편이 몸속 깊이 박혀있었고, 감염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영국 본토의 겨울 추위도 열대 기후에서 지낸 사이먼에게는 가혹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영국의 검역 규정도 문제였습니다. 해외에서 들어온 동물은 6개월간 격리 검역을 받아야 했습니다. 사이먼은 Surrey의 검역소에 격리되었고, 사랑하는 선원들과 떨어져야 했습니다.
1949년 11월 28일, 사이먼은 검역소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사인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이었습니다. 포탄으로 약해진 몸이 끝내 버티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사이먼의 나이는 겨우 2-3세 정도로 추정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슬퍼한 작은 영웅
사이먼의 죽음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가 애도했습니다.
영국 전역의 신문들이 1면에 사이먼의 부고를 실었습니다. BBC는 특별 방송을 내보냈고, 수천 통의 조문 편지가 PDSA로 쏟아졌습니다.
HMS Amethyst호의 선원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그들에게 사이먼은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었습니다. 101일의 지옥 같은 시간을 함께 버틴 전우였고, 희망의 상징이었으며, 가족이었습니다.
사이먼은 런던 Ilford의 PDSA 동물 묘지에 군인 예우로 안장되었습니다. 작은 묘비에는 이렇게 새겨졌습니다.
“In memory of Simon, served in HMS Amethyst, May 1948 - September 1949. Awarded Dickin Medal, August 1949. Died 28th November 1949.”
“사이먼을 기리며, HMS Amethyst호 복무, 1948년 5월 - 1949년 9월. 디킨 메달 수여, 1949년 8월. 1949년 11월 28일 사망.”
장례식에는 수백 명이 참석했고, 해군 장교들이 조문했습니다. 21세기가 된 지금도, 사이먼의 묘지에는 끊임없이 꽃과 장난감이 놓여집니다.

사이먼이 남긴 것들
사이먼의 이야기는 그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Imperial War Museum 전시
런던의 Imperial War Museum에는 지금도 사이먼의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디킨 메달 실물, 사이먼의 사진들, 그리고 선원들이 보낸 편지들이 보존되어 있죠.
매년 수만 명의 관람객이 이 전시를 보며 작은 고양이의 용기를 기억합니다.
HMS Amethyst 생존자 모임
양쯔강 사건의 생존자들은 매년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사이먼을 기억했습니다. 생존자 중 한 명인 조지 히키(사이먼을 처음 발견한 수병)는 평생 사이먼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2001년 사망하기 전까지 사이먼의 묘지를 정기적으로 찾았습니다.
동물 복지의 상징
사이먼의 이야기는 PDSA와 영국 동물 복지 운동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전쟁 중 동물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게 하는 살아있는 역사가 된 것이죠.
후대 해군 고양이들
사이먼 이후에도 영국 해군에는 여러 마리의 “함상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이먼만큼 유명해진 고양이는 없었습니다. 2017년 영국 해군은 공식적으로 함상 고양이 전통을 종료했지만, 사이먼의 전설은 여전히 해군 역사의 일부로 남아있습니다.
왜 사이먼인가? - 작은 영웅이 전하는 메시지
사이먼의 이야기가 7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크기와 용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사이먼은 작았습니다. 겨우 2-3kg 정도의 작은 고양이였죠. 하지만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부상을 입고도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크기가 아니라 정신이 영웅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2. 임무에 대한 헌신
사이먼은 “쥐를 잡는다”는 단순한 임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임무가 선원들의 식량을 지키고, 전선을 보호하고, 결국 함선의 생존을 도왔습니다. 작은 임무도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죠.
3. 존재 자체의 힘
사이먼이 선원들에게 준 가장 큰 것은 쥐 사냥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존재 자체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가르랑거리는 소리, 침상 옆에 앉아주는 작은 온기, 부상당하고도 계속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절망에 빠진 선원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4. 종을 초월한 전우애
사이먼과 선원들의 관계는 주인과 애완동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전우였습니다. 같은 배를 타고, 같은 포격을 받고, 같은 고통을 견뎌낸 동료였습니다. 종의 경계를 넘어선 진정한 우정이 있었던 것이죠.
우리 곁의 ‘사이먼’들
저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별이, 솔이, 까미, 여름이, 공주)와 강아지 초코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밤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줍니다.
사이먼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우리 곁의 작은 고양이들도 모두 나름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추운 겨울을 버티는 길고양이들, 보호소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는 아이들, 아픈 몸으로도 살아가려 애쓰는 모든 생명들. 그들도 모두 작은 영웅들입니다.
사이먼이 101일의 포위를 버텨냈듯이, 그들도 매일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사이먼이 선원들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우리의 반려동물들도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줍니다.
75년 후에도 기억되는 이유
2024년 현재, 사이먼의 이야기는 여전히 영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회자됩니다.
어린이 책으로 출판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박물관에 전시되고, 인터넷에서 공유됩니다.
왜일까요?
사이먼의 이야기는 전쟁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생명의 존엄함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크기가 작아도, 종이 달라도, 말을 하지 못해도, 생명은 귀중하고, 용기를 낼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필요로 합니다.
사이먼에게 배우는 것
연말연시인 지금, 사이먼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해봅니다. 우리 주변의 작은 생명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들도 우리처럼 고통받고, 희망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사이먼은 전쟁 영웅이 되려고 HMS Amethyst호에 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배가 고파서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따뜻한 소년의 품에 안겨 배에 올랐을 뿐이죠.
하지만 운명은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고, 그는 그 운명을 용감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곁의 고양이들, 강아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영웅이 되려고 우리 곁에 온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는 기적이고 희망입니다.
사이먼을 기억합니다.
1948-1949, 작지만 위대했던 전쟁 영웅.
역사상 유일하게 디킨 메달을 받은 고양이.
HMS Amethyst호의 용감한 수병.
그리고 오늘 밤, 우리 곁의 고양이를 한 번 더 안아주세요.
그들도 모두 작은 영웅들이니까요. 🐱⚓🎖️
본 사례는 전해오는 설화로, 일부 세부 정보는 출처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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