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문턱에서…
라디오 소리도 꺼진 채,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가로수의 그림자가 유난히 길었다.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작은 몸짓, 눈망울, 하얀 분수머리.
창문에 코를 대고 바람 냄새를 맡던 모습,
신호에 걸릴 때마다 이유 없이 나를 올려다보던 눈빛.
그 눈빛 하나로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 장면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한두 컷이 아니라, 살아 있던 시간들이 통째로.
운전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나는 그 기억들에 잠겨 눈앞이 하얗게 희미해졌다.
이를 악물수록 더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그것.
차 안은 현실이었지만, 마음은 그 실루엣에 가 있었다.
가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이별을 해야 했다.
그때의 가을은 너무도 평온하고 하늘은 잔인하게 맑았다.
햇빛은 따뜻했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그랬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름다웠던,
그 속에서 한 생명은 하늘이 주신 숨을 놓았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 저기에 그의 이야기를 하나씩 써 내려가며
나는 이별을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맞아. 이렇게 문장으로 남기면 마음도 정리될 줄 알았다.
글이 끝나면, 이별도 함께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글이 끝났을 뿐, 그리움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오히려 연재가 끝난 뒤에 마음 한쪽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매일같이 불러보던 이름을 이제는 쓸 곳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이렇게 허전할 줄은 몰랐다.
그 이름을 자꾸 놓치는 현실이 미웠다.
초겨울의 공기는 그런 마음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가을처럼 부드럽지도, 겨울처럼 단단하지도 않은 계절.
아직은 남아 있는 체온과
곧 사라질 온기가 동시에 느껴지는 시간.
마치 그와 함께했던 마지막 계절처럼.
나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일이라고.
함께 걷던 시간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어느 날 불쑥
차 안에서, 밤중에, 초겨울의 문턱에서, 느닷없이
나를 다시 붙잡는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나는 우리 또랑이를 다시 만난다.
살아 있어 우아하고 착한 모습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눈동자에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넣은 그대로.
오늘처럼 유난히 그리운 날에는
그 만남이 너무 선명해서 도저히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렇게라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처럼 느껴진다.
초겨울은 이별의 계절이 아니라
만남이 다른 자리로 옮겨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야 오늘 밤을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을을 품은 시(詩) - 또랑이를 그리며
첫눈의 기억
바래진 낙엽 하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식어간다
그 아래
한때 따뜻했던 발자국 하나
아직 지워지지 못한 채
계절의 끝에 머문다
너는
말없이 지나간 계절이었고
나는
그 계절을 오래 붙잡고 서 있었다
첫눈이 오던 날을 기억한다
춥다고 말하지 못한
연약한 생명 하나가
내 품 안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던 밤
눈은 차가웠지만
너는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작은 심장이
내 시간의 중심이 되던 순간
사랑은
붙잡는 일이 아니라
운명처럼 스며드는 일이라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이제
너는 보이지 않는 실루엣으로
내 하루의 가장 낮은 곳을 걷고
나는 너를 부르지 않아도
이미 네 곁에 있다
첫눈은 다시 올 것이고
낙엽은 또 바래겠지만
사랑은
한 번 옮겨 앉은 자리에서
끝내 떠나지 않는다
누구나 사연없는 사람 없지요.
특히 반려동물과의 인연은 함께 해본 사람이면 공감하실 거에요. 이 글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공감 및 댓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보다 더 유익한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 캣츠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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