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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스토리

펫로스 증후군, 펫로스 증후군 극복, 반려동물과의 이별 연습

by 캣츠닥스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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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증후군, 즐거운 때가 있으면 슬플 때도 있다.

 

또랑이, 미미, 초코


사람이나 동물이나 함께 가족처럼 지내다가 이별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다가오는 세월 앞에서 우린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정해진 숙명이기에…
벌써 셋을 보냈다. 요크셔 강아지 토토, 하얀 고양이 뿌우, 그리고 예쁜 말티즈 미미. 모두가 그립지만 사진 가운데 있는 미미가 제일 가슴 아프게 그립다. 녀석의 마지막 모습 때문일까. 특히 엄마를 따랐던 녀석, 자기가 사람인줄 알고 서열을 젤 아래로 생각하고 무시했던 딸 품에서 마지막 숨을 토해냈다. 그 마지막 한 시간, 밖에 일이 있어 나간 엄마를 찾으러 발코니, 안방, 작은방을 다리 상태도 안좋은 녀석이 마지막 힘을 쏟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포기하고 지쳐 쓰러져 그대로 숨이 멎었다는 딸의 전언에 모두가 눈물을 흘렸던, 그 마지막 순간 자신이 의지했던 엄마를 찾아야 했던 그 몸부림이 남은 자들에게는 애끓는 시간이 되었다.

 

어떤 죽음이든 숭고하다.

 

갈색 금발의 요크셔테리어 '토토'

 

토토


첫 죽음에는 슬프긴 했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녀석이 교감이 좀 떨어져서인지 정이 많이 가지 않았다. 자기 할일만 하는, 그냥 동물의 본성 그대로를 갖고 있는 녀석. 17년을 살아 장수한 편이나 말년에는 눈이 보이지 않아 화장실에 대소변을 잘 가리던 녀석이 자주 실수를 해서 케이지 안에서 살았다. 그래도 이가 튼튼해 말년까지 음식은 잘 먹었다. 강아지는 노년을 위해서라도 간식을 많이 주면 안된다. 이가 다 빠진다. 토토는 거의 사료만 먹고 살았다. 아직도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사료를 먹을 때 냈던 녀석의 오도독 하는 소리가 늘 귓가를 스친다. 반려견주들은 이런 죽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흰 고양이 뿌우


딸아이가 친구로부터 잠시 맡아 돌려줄 예정이었던, 주인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녀석. 무심한 주인은 더이상 찾지 않았고 그냥 맡아서 식구가 되었다. 녀석은 외롭게 그렇게 얼마 살지 못하고 우리와 헤어졌다. 교감이 잘 되지 않아 정도 별로 없었지만 딸아이에게서 듣는 마지막 순간에 식구들 모두 숙연해지고 눈물을 훔쳐야 했다.

죽음은 숭고하고 고결하다.

 

윤동주는 서시에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썼다. 이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나 생과 사를 가르며 죽어가는 그 순간은 너무도 위대하다. 신이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했고 그 생명이 다하면서 토해내는 마지막 숨결은 뜨겁고 고귀하다. 또 세상에 함께 와서 같은 생명으로 만난 인연들, 특히 가족의 경우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 마지막 순간, 아픔을 대신할 수 없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주해야 했던 시간들… 한 생명이 세상에 와서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그 시간이 숭고하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보며 ‘돌아가신다’고 말한다. 우리 미미를 그리며 책 속에 넣은 아래 글.

 

이름도 특이한 '쿠싱증후군'

Cushing's syndrome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라는 병에 걸린 우리 강아지 미미. 말티즈로 나이도 많아서 당연히 죽음은 늘 가까이 있었다. 녀석이 다른 강아지와 다른 점은 마치 사람같다는 것이다. 그만큼 교감을 잘했다. 16년 세월 동안 저는 아마도 스스로 사람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나와 아내를 빼고는 다 자기 아래로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서열의 꼴찌인 딸아이는 늘 녀석을 괴롭혔다. 녀석도 앙살맞게 딸아이에겐 사람처럼 대들었다. 그것도 한창 젊을 때의 추억으로 남았지만. 쿠싱증후군은 호르몬계 이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복부팽만과 피부 석회화 그리고 피부에 혹 같은 것들이 많이 나타난다. 또 숨을 헐떡거리는 등 자주 호흡곤란 증세가 있다. 거기에 몸이 뜨거워서 물을 많이 먹는 다음(多飮), 다뇨(多尿)가 있는 특이한 병이다. 또한 식욕이 강해지고 탈모까지도 진행된다고 하니... 탈모를 제외하고 녀석에게 그 현상이 다 나타났다. 엄마 아빠를 못보고 딸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결국 호흡곤란으로 세상에서의 마지막을 보냈다. 복부팽만으로 다리 힘이 없어 서 있는 것도 힘들었던 녀석. 그런데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엄마 아빠를 찾았단다. 정신없이 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다 없는 것을 알고 거실로 나와 쓰러지더니 마지막 호흡을 두 번 하고 떠났다고 했다.

그 마지막 몸짓은 '애'끓는 '단장(斷腸)'이 되었고, 불쑥 불쑥 올라오는 가슴 먹먹한 연민으로 남았다.
그 연민이 체하여 공허한 가슴에 쌓이고 보랏빛 진한 그리움만 눈물되어 남았다. 크기는 서로 달랐지만 서로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은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는 일이기도 했지만, 우리도 모르게 사랑을 조금씩 잃어가는 아픈 세월이기도 했다. 운명은 어찌 그리 가슴 아프게 하얀 도화지를 거무스르하게 색칠해 가는지 모르겠다. 공주처럼 고운 얼굴, 빨간 핀이 아름다운 분수처럼 하얗게 흩어지는 머리는 그 색깔이 옅어지고, 별처럼 총총한 눈동자엔 회색 안개가 끼어 부옇게 되었다. 무정한 세월은 몸 구석구석에 상흔(傷痕)을 기록하고, 마지막 두 번의 큰 호흡은 외롭게 공명된 시계소리가 되어 이명처럼 귓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냥 한 생명이 그것도 연약하고 작은 짐승의 혼이 떠나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그 눈빛과 몸짓이 자꾸만 나를 괴롭힌다.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해줬더라면 진한 스킨십과 많은 이야기들을 더 나누었을텐데, 평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났을텐데, 그 생각이 먹먹하게 목 깊숙히 걸려있다.

한 생명이 떠나가는 길은 외로운 길이다.
녀석의 마지막을 딸이 남긴 영상으로 보면서 숭고한 생명의 호흡을 보았다. CPR 때문에 아버지의 마지막 숨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떠난 몸만 모시고 돌아섰던 그 때 그 차 안은 고독이 흘렀다. 추운 겨울의 차창 밖, 그날 저녁은 겨울비가 눈물처럼 내렸다. 그 때의 그 아픔이 실루엣처럼 나타나 오버랩된다. 어차피 가는 생명을 탓할 수는 없다. 그것은 누구를 막론하고 정해진 것이니까. 다만, 마지막 순간, 눈빛과 표정과 몸짓의 흔들림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나누었어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눈앞의 죽음이라는 강력한 힘을 이길 능력은 없다. 호흡은 하지만 죽음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산 자의 배려일 뿐. 자주 나의 마지막을 상상해 본다. 

* 블로그 주인의 저서 ‘마음을 베어내 가는 채를 썰다’(2022.페스트북) 중에서

 

펫로스 증후군 극복,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물론 죽는 그 순간보다 서로 살아 교감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시간이 많아 어떻게 보면 죽음은 순간이라 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그 시간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것 같다.
죽음은 너무나도 허무하다. 방금 생명이었던 것이 숨이 멎고 동시에 육체는 물론 그에 연결된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아있을 때 힘들더라도 사랑해줘야 한다. 우리 미미가 우리 곁을 떠난 전날 밤, 그의 고통에 다행스럽게 내가 교감해 주었다. 녀석을 안고 그 아픔을 말로 스킨십으로 나눴다. 온몸은 볼썽 사나운 혹덩어리가 녀석을 괴롭혔고, 코로 숨을 쉬기 곤란하여 입으로 숨을 쉬었던 불편함, 그래서 더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을 잠시나마 함께 하며 고통을 나눴다.

그 기억은 마치 어린 동생을 잃었을 때와 흡사했다.
폐렴으로 세상 떠나기 하루 전, 그렇게 죽음을 맞이할 줄 모르고 그냥 지나면 낫겠지 하면서 아픈 동생에게 계란 프라이를 해주며 얼마나 아프냐고 했을 때 등을 돌렸던, 그 기억이 고스란이 내게 전달되어 왔고, 아버지를 떠나 보내면서도 느꼈던 마음의 슬픔들이 밀려왔었다. 병원에서도 죽기만을 기다리라는 듯 약 말고는 더 이상 처방을 해주지 않았던 희귀한 병에 걸린 우리 미미와는 그렇게 이별을 해야 했다.

미미와 이별 하루 전날, 다음날 멀리 떠나갈 줄을 전혀...


그래도 내가 계속 말한 소리를 듣고 녀석이 마음에 위로를 받았으리라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야 내가 위로가 된다. 앞으로 이런 일을 다섯 번을 더 치러야 하니 정말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건강하게 있을 때 더 즐거운 일을 만들고 잘 보살펴주면 되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http://iryan.kr/t7qo0uh90z

 

또랑이

 

녀석은 내가 지방 근무 때 교회 근처에서 길을 잃고 사고가 나 다리, 엉덩이가 으스러진 상태로 내게 발견되어 수습된 녀석이다. 정말 네 번의 수술을 했고 지금은 건강하지만 다리 한쪽은 완전히 구부러지지 않는다. 그 사연은 또 나중에 이야기하고 싶다.

별이, 솔이, 까미


별이, 솔이, 까미


녀석들은 버려진 새끼들로 시골에 갔다가 데려온 녀석들이다. 강아지들과 함께 살아 개냥이로 부른다. 그래 삶의 즐거움이 잠시의 죽음보다 크기에 우리는 견뎌내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이야기도 뒤로 남겨둔다.

 

죽음도 숭고하지만
그보다 삶이 더 위대하고 소중하기에
우리는 또 오늘을 사는 것,
함께 사랑하고 함께 기쁨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아내와 딸은 길거리 길냥이들을 찾아 그들을 돌보고 있다. 그 이유까지 들어야 할까. 아무튼 오늘도 우리 식구들은 동물들 속에서 산다.

 

2023.5.13 | 캣츠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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