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 너머

3화 : 따라오던 작은 발자국

캣츠닥스 2025. 12.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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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2화) : 사택의 따뜻하고 평온한 밤

사고가 나 뒷다리가 골절된 상태에서 죽음만 기다리던 연약한 생명. 그를 정말 우연히 극적으로 건져내 사택으로 데려와 첫날 밤을 보냅니다.
그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배고픔의 욕구가 해결되자 거리의 고단함이 눈녹듯 사라지는 듯 보였고, 아직은 어색한, 낯선 보호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합니다. 그 잠은 거리의 고통스런 기억과 말할 수 없는 통증을 잠시 잊게 하는 달콤한 휴식이 되었고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정말 오랜만의 깊은 잠이었습니다.
🔙 2화로 가기사택의 따뜻하고 평온한 밤


밤새 눈이 내렸다.
사택 앞마당은 하얗게 묻혀 있었다.
창문 너머의 세상은 고요했고,
그 안엔 냉기와 침묵이 뒤섞여 있었다.

도랑 풀숲, 그 자리.
어제 밤, 그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히터 바람이 아직 식지 않은 방 안.
또랑이는 박스에서 몸을 일으켰다.
밥 두 그릇을 비우고 거실로 나왔다.
잠시 서성이더니 그대로 멈췄다.

낯선 온기를 견디지 못한 듯,
바닥 위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소리와 냄새가 잠시 정적을 깼다.
그는 말 대신 고개를 숙였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바닥을 닦고,
작은 몸을 안아 욕실로 데려갔다.

따뜻한 물을 틀었다.
물줄기가 등의 오래된 검은 흔적 위로 흘렀다.
몸에서 흙냄새와 굳은 피,
오래 묵은 냄새가 섞여 나왔다.

물이 바닥으로 흐르며
겨울의 먼지와 거리의 고단한 아픔이
함께 씻겨 내려갔다.

몸을 씻겨 더러운 것들은 조금씩 없어졌지만 여전히 표정은 어둡다. 낯선 사람, 낯선 장소, 하지만 배고픔이 해결됐고 언제 잘못될지 모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정말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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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하려는데
또랑이가 박스 밖으로 나와
현관 앞까지 따라왔다.

“엄마가 곧 올 거야.”

그 말 뒤로 남은 눈빛이 길었다.
나는 발소리를 줄이며 계단을 내려갔다.
뒤에서 불안한 숨소리가 따라왔다.



정오 무렵,
아내가 미미와 초코를 데리고 도착했다.
눈길엔 차바퀴 자국이 깊었다.

아내는 두 아이를 차에 둔 채
혼자 사택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의 냄새와 작은 박스를 보고
잠시 말을 잃었다.

다시 문 밖으로 나오자
또랑이가 문가까지 나와 있었다.

시커먼 털에 뒤덮인 얼굴,
으스러져 움직이기조차 힘든 다리를 질질 끌며
아내를 따라 나왔다.

“기다려.”



잠시 후,
미미와 초코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낯선 냄새, 낯선 숨결.

또랑이는 잠시 주춤하더니
박스 구석으로 물러났다.
눈빛엔 두려움보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오… 이건 그냥 놔두면 안 되겠어.”



시내의 작은 동물병원.
연로한 수의사가 다리를 살피더니 말했다.

“뒷다리 둘 다 부러졌어요.
수술비가 백만 원쯤 들 겁니다.”

아내가 전화를 걸었다.
“어떡하지?”

나는 잠시 말을 고르다
수의사에게 사정을 설명해보라 했다.

잠시 후,
수술비는 육십만 원으로 바뀌었다.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을 나서는데
눈발이 다시 흩날렸다.



그날 저녁,
또랑이는 깁스를 한 채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숨이 고르고 눈은 감겨 있었지만,
작은 꼬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아내가 말했다.
“이제 괜찮을 거야.”

그때 또랑이는
문득 고개를 들어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오래 남았다.

그건 말이 아니었지만,
충분한 대답이었다.

그날 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문 앞에서 한 생명이
조용히, 천천히
새로운 길 위에
작은 발자국을 내딛고 있었다.




블로거의 생각 조각
우리는 종종 사랑을 데려왔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사랑이 먼저
우리를 찾아온 건지도 모른다.


🔜 4화로 가기 ⬇️

4화. 네 번의 수술, 다시 서다

지난 이야기 (3화) : 따라오던 작은 발자국죽음과 싸우고 있는 그를 정말 극적으로 도랑에서 구조하여 사택으로 데리고 와 서울에 있는 아내에게 SOS를 보냅니다. 다음날은 정말 눈이 많이 왔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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